2011년 4월 19일 화요일

장님의 색상경험

"색에 관한 우리 어휘가 가지는 또 다른 흥미로운 특징은, 의미에서 경험적 측면보다 구조적 측면이 중요하다는 사실이 선천성 장님의 예에서 확증된다는 점이다. 비록 색을 인지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장님은 실수 없이 색에 관한 낱말들의 용법을 배울 수 있다. 그의 말과 글을 보면 그가 그 낱말의 의미를 모른다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. 따라서 그는 그 낱말의 의미를 알고 있음이 분명하다." (뉴턴 가버, 데리다와 비트겐슈타인)

소쉬르의 구조주의적 언어학에 의하면 낱말의 의미는 그 낱말이 속하는 구조적 계열상의 가치값에 의해서 매겨진다. 색은 대상의 기초적 속성에 속한다. 색은 크기, 모양, 재질 등 물질적 대상의 다양한 기초속성들의 계열 상에서 한 자리를 차지한다. 가버의 진술은 장님은 비록 색상을 시각적으로 인지하지는 못하지만, 색상이 가지는 구조상의 가치값을 정확히 자리매김할 수 있기 때문에 그것의 의미를 안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. 더 세부적으로 각각의 색상들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말할 수 있을까? 빨강, 파랑, 녹색, 노랑 등등 색상들은 스펙트럼으로 펼쳐지기 때문에 이들에 대해서도 스펙트럼 상의 변별적 차이가 특정 색상의 의미를 결정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. 그런데 빨간 색의 빨감이라는 의미가 변별적 차이"만"으로 확정될 수 있을까?

(여기서 굳이 "메리"라든가 "감각질"문제까지 넘어갈 필요는 없을 것 같다.)

현상학에서는 생생한 체험 속에서 주어지는 대상적 자기동일성이 의미를 결정한다고 본다. 그런 점에서 구조주의 언어학의 의의를 수용하기가 매우 어렵다.

하이데거의 경우는 어떨까?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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